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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

여성 추천도서-자궁의 문화사, 자궁근종과 자궁적출 그리고 월경

by Seok-Bong Kangs 2020.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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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자궁 때문에 고생을 좀 했다.

몇 년 전에는 자궁선근종으로 출혈과 통증이 있어 산부인과에서 복강경 수술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은 굳이 수술로 제거까지 할 정도의 크기는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월경 외 출혈로 아내는 불편해하고 있다.

이것 때문에 자궁에 루프까지 삽입했는데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

출혈을 막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는 지혈제를 먹거나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다만 호르몬제 복용은 체중 증가를 가져온다는 문제가 있다.

이보다 확실한 방법은 바로 자궁적출술이다.

그러나 굳이 필요하지도 않고, 그 수술이 갖는 과격함과

그 뒤에 나타날 후유증을 고려했을 때 하지 편이 좋다고 생각하였다.

 

자궁.

자궁이 여성에게 던지는 문제는 이처럼 참 다양하다.

남자지만, 이럴 때마다 자궁은 여성에게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본다.

자궁을 갖고 있지 않는 남자로서, 그 의미를 찾는 방법은 역시 간접 경험이 책이다.

과거 여성의 몸에 관심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 참 많은 책을 사거나 빌려서 읽었다.

그때 읽었던 책 중에 오늘 소개할 책은 라나 톰슨의 자궁의 역사라는 책이다.

자궁,

자궁은 주먹 만한 크기의 근육 주머니이다. 몸의 다른 근육과 달리 핏줄이나 심장,

위장과 같이 무늬가 없는 근육이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몇 겹의 근육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궁에서 생성되는 물질은 민무늬근인 혈관이나 심장의 건강을 돕는다.

그래서 폐경기 이후 여성 심혈관 질환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자궁은 주변 장기와 근육과 인대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있다. 하나는 자궁이 사라지면 힘을 쓰기 어렵다는 것이다.

뭔가 단단히 연결되었던 게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른 하나는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은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힘든 수술이라는 것이다.

흔히 중년 이후 여성 중에는 필요에 따라 자궁을 제거한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유명호 님의 책에서 그런 여성들을 우스개 소리로 '빈궁마마'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걸 알았다.

 

자궁,

자궁은 남성이 여성을 보는 담론의 총화다.

자궁을 대하는 남성의 태도는 여성을 보는 시각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고대로부터 남성은 여성을 '되다 만 남성'으로 보았다.

이 말은 여성은 남성이 되려다 만 미완성의 존재라는 걸 의미한다.

그 시대 남성들은 자궁을 뒤집힌 음낭으로 생각했다.

자궁이 사실과 달리 몸속을 떠다닌다(wandering)는 착각은 히스테리라는 정신병을 만들어 냈다.

그러하기에 여성은 심신이 불안정해서 남성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자궁이 안정을 찾을 때는 오직 하나 바로 임신하는 동안만이다.

이런 사고는 지금도 남자 의사에게서 엿볼 수 있는데,

기능을 다한 문제를 일으키는 자궁은 제거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여성의 몸을 지배하는 것은 담론이고, 지금까지는 남성이 그 담론을 지배했었다.

남성의 담론에서 자궁은 말했듯이 불안정한 장기다. 따라서 자궁을 지키는 데에는 담론이 필요하다.

담론을 빼앗기면 자궁을 지킬 수가 없다.

나는 자궁적출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필요하면 해야 한다.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유익일 때도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충분한 나만의 숙고와 결정이 있어야 한다.

나와 아내는 이런 과정을 통해 자궁 적출을 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내가 준 영향이 강하다.

다만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이상 약간의 번거로움과 불편함은

감수하기로 한 것이 우리 부부의 결정이었다.

자궁을 포기하는 것보다 갖고 가는 유익이 더 크다고 본 것이다.

한국은 성교육이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

그런 상황에서 내 시간과 돈을 들여 자료를 찾아 읽는 수고는 하지 않는다.

다만, 굳이 그럴 필요 없는 남성인 내가 그런 과정 속에서 얻은 지식과 교훈이 적지 않다.

그래서 나는 여성들에게 한 번 시간과 돈을 들여 책들을 찾아 읽고 공부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게 담론으로 그대의 몸을 다시 인식하고 지키는 길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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