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S 멘델존 박사는 『여자들이 의사의 부당 의료에 속고 있다, Male practice : How doctor manipulate women』에서 의학계 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남성 우월주의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여성이 경험하는 부당 의료 행위의 근본에는 분명한 성차별주의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의료계에 여의사의 증가되는 양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여의사의 증가는 고무적인 일이라고 보지만 그 기사 내용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과거에 [하얀거탑]이라는 인기 메디컬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에 두 명의 상반된 의사가 대조를 이뤄가며 극을 이끌어 간다, 한 명은 ‘장준혁’이라는 차갑지만 천재적인 수술 능력을 가진 외과의사와 또 한 명은 ‘최동영’이라는 장준혁에 비해서는 뒤처지지만 따뜻한 가슴을 가진 소화기 내과 의사.
그것이 비단 드라마 속의 내용으로 끝날 일은 아닌 것은, 만약 어느 여성 환 자가 있어서 연일 계속되는 자궁의 비정상 출혈로 고생을 하였다고 치자. 병원은 가야겠지만 남자 의사 보다는 여자 의사 앞에서 치부를 보이는 게 덜 부끄럽고 하여 찾아갔는데, 정작 환자 본인은 맘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앞뒤 재보지 않고 자궁을 드러내야 한다는 심장 떨어질 소리를 차디찬 자궁경 걷어내며 라텍스 장갑 벗어 쓰레기통에 던지며 뒤돌아 소독물에 손 씻으며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장준혁 성향의 여의사의 입에서 들을 수도 있다면, 반대로 원래 자궁은 혹이 자주 출몰하는 곳인데, 보아하니 종양은 아닌 것 같고 단순한 혹 같아서 생명에는 크게 지장이 없으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추이를 지켜보며 결정을 내리기로 하자는 최동영 같은 남자 의사를 만나 잃을 뻔했던 자궁을 지킬 수도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고로 의료계에 어느 특정한 성별의 의사가 늘어나서 희망이 있고, 그렇지 않아서 희망이 없다는 생각은 옳지 못하다. 그런 생각은 ‘남성은 폭력적이고, 여성은 평화적이다’라는 사고에 기인하는 듯한데, 역사를 보면 여성들은 권력을 손에 넣으려고 남자 못지않은 무자비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테스토스테론은 폭력성과 무관하다. 필자는 ‘막연한 여의사 희망론‘의 청사진을 경계한다. 중요한 것은 의사의 성기(Genital)가 아니다. 심장(Cardiac)이다.
로버트 S 멘델존, 『여자들이 의사의 부당 의료에 속고 있다, Male practice : How doctor manipulate women』문예출판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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