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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

자궁의 역사-돌아다니는 자궁-히스테리의 기원

by Seok-Bong Kangs 2021.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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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나 어원학적으로나 자궁은 여성을 규정하지 않는다. 여성은 여성이 되겠다고 굳이 자궁을 갖고 태어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여성으로 남아 있겠다고 자궁을 계속 간직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자궁 숭배의 덫에 빠지고 싶지 않으며, 남성들이 자궁 선망에 시달리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나탈리 앤지어, p155

 

연구자들이 자궁 내막의 생산 능력을 알게 된 것은 겨우 몇 년 전 일이라고 나탈리 앤지어는 말한다. 자궁은 난소와 다른 기관이 보낸 스테로이드 호르몬에 반응하는 한편, 호르몬을 합성해 그것들을 몸에 보낸다. 자궁은 단백질, 당, 지방 등 스트래스먼의 월경 대사 비용 분석에 포함된 모든 것들을 만들어낸다. 자궁은 일련의 영향을 미치는 화학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을 만든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프로스타글란딘이 몸의 민무늬근 조직의 수축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자궁의 프로스타글란딘 생산은 어느 정도 자치적이라고 한다. 자궁이 생산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은 자궁에 작용해 자궁을 수축시킨다. 자궁은 프로스타글란딘이 생리 동안에 떨어져 나온 것들을 배출하는 일을 돕도록 하며, 이 수축은 여성의 생리통을 일으킨다. 프로스타글란딘은 출산 시 자궁 경부를 확장시키고 아이를 내보내는 일도 돕는다. 이 프로스타글란딘은 자궁뿐만 아니라 자궁과 동일한 민무늬근인 혈관벽에 작용해 고혈압이나 심장병 같은 심혈관 계통을 억제한다. 

 

자궁은 베타엔도르핀과 디노르핀, 그리고 아난다미드를 합성하고 분비한다. 이 두 물질은 모르핀이나 헤로인 같은 물질의 사촌 격이다. 이처럼 자궁은 최소한 신경 조직만큼 많은 아편 물질을 만들어내며, 몸의 다른 어떤 기관보다도 마리화나 성분을 열 배나 더 만들어낸다. 자궁 내막의 아난다미드 같은 아편성 물질은 배아 표면에 퍼져 있는 수용체들은 착상시 배아와 자궁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의 일부로 보인다. 

 

이 페이지를 쓰면서 문득 떠오르는 연상이 있는데, 그것은 항공모함에 비행기가 안착하는 모습이다. 자궁 항모에 착상한 비행기 배아는 정해진 장소로 이동하여 배아의 수용체에 카나비노이드 단백질에 갈고리처럼 걸린 채 배아는 자궁 벽 안으로 침입 후 열 달 동안 머무를 태반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아직까지 우리들은 자궁의 아편 물질 대사에 문외한이다. 따라서 여성의 몸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아무 색깔 선이나 자르고 보자는 섣부른 행동은 일단 멈춰야 한다. 자궁 적출술 말이다. 필자는 수술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여성의 자궁은 주먹만 하다. 무게는 60그램, 길이는 7/6센티미터 정도이다. 자궁은 태아가 발달하는 자궁저라 불리는 자궁 바닥이 있는 자궁체와 질과 연결된 자궁 경부로 나뉜다. 나탈리 앤지어는 자궁을 샌드위치이자 근육의 영웅이라고 말한다. 자궁은 세 종류의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고, 자궁 근육층의 안쪽에는 자궁 내막이 있다. 이들 중 자궁 점막은 고성능 코어텍스 섬유 같이 좋지 않은 것을 내뿜고, 좋은 것은 받아들이는 기능을 한다. 백혈구와 물과 뮤신이라 불리는 점착성 단백질과 조직에서 벗겨진 세포들의 혼합물인 점액을 분비한다. 생리는 점액 분비의 한 부분이다. 생리 주기에 따라 새롭게 갈아 입는 자궁 내막층은 태반이 자라날 안전한 토대가 된다.

 

히포크라테스는 자궁은 방탕하다고 생각했는데, 자궁이 정기적으로 정액을 먹지 않으면 광녀가 되어 몸속을 휘젓고 다닌다고 보았다. 물론 지금은 그의 그런 말을 믿을 자가 없겠지만, 자궁은 탄력과 유동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여성의 자세와 방광 속 소변의 유무 등의 변수에 따라 그 위치와 모양이 달라진다. 자궁을 지지하는 섬유 조직 다발인 인대 여섯 개로 골반 테두리 속에 느슨하게 들어 있다. 인대는 자궁을 지지해줄 뿐만 아니라 조직 속에 있는 혈관들을 통해 자궁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역시 자궁이 가장 활발한 시기는 임신 기간이다. 임신 전에 60그램에 불과한 자궁은 임신 말기에는 태아와 태반의 무게를 빼더라도 900그램까지 커진다. 이 또한 출산 후 6주 안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만 말이다. 임신 기간 동안 에스트로겐에 흠뻑 젖은 산모의 자궁은 만화영화 원피스의 고무 인간처럼 성장한다. 

 

그러나 계속 자란다면 태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자궁 근육층은 팽창함과 동시에 평온을 유지해야 한다. 전자는 에스트로겐이 담당하지만 후자는 프로게스테론이 담당한다. 임신을 촉진한다는 뜻의 프로게스테론은 근육 세포의 수축을 억제한다. 따라서 태아가 자라는 열달 동안 이 둘 사이의 역동적인 협업 속에 태아는 무럭무럭 성장한다. 임신 말기에 이르면 ‘브락스톤 힉스 수축’이라 불리는 자궁의 불규칙적인 수축이 더 잦아진다.

나탈리 앤지어는 자궁이 구현해야 하는 모순들이 있다고 한다. 자궁은 불안정하면서도 안정해야 한다. 부유하면서 동시에 자선을 베풀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자궁은 모두 잠든 성년기에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자궁은 배란과 생리 사이를 구분하는 절대 음감을 가지고 몸의 다른 부위들과 의사 소통을 해야 한다. 자궁은 호르몬을 분비하고 그것에 반응하는 샘과 기관과 뇌 구조의 매듭실인 내분비계의 일부이다. 자궁은 생화학적으로 부신, 난손, 시상하부, 뇌하수체와 망을 이루고 있다. 한편으로 자궁은 몸의 외부 물질 혐오증을 가진 면에서 세포들에게 축출되지 않을, 별도의 둥근 천장 밑에 실린 특별한 장소이다. 자궁의 구조는 복잡하지 않다.

 

『제2의 성』서문에도 거론되는 말이지만, 영국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화이트 헤드가 ‘서양 철학은 플라톤의 주석’이라 칭송했던 플라톤도 여성에 대한 이해는 편협했었다. 그는 자궁을 가리켜 ‘짐승 안의 짐승’이라고 했고, 자궁이 젊은 여자들의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주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자궁이 성생활에서 오랫동안 방치된다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골반강을 탈출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궁이 다른 장기에 손상을 입힐 것이라는 것이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자궁 후굴’이나 ‘자궁 탈출’쯤으로 진단내릴 수 있는 그 시대의 ‘돌아다니는 자궁’이라는 특이한 사고방식에 기인한다. 실제로 자궁은 여러 근육과 인대에 단단히 고정된 장기이지만, 그 시기는 실용적 방법보다는 오로지 생각에 기인한 학문 방법이 대세를 이룬 터라 그렇게 믿었던 것이다. 그 시대의 의학자들은 여성의 히스테리를 일으켜 남성을 괴롭히는 ‘돌아다니는 자궁’을 다스리는 길은 가능한 빨리 섹스 파트너를 찾아주거나, 임신을 해서 자궁이 묵직한 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고대 시대에 돌아다니는 자궁에 대한 치료법은 훈증 요법이었다. 향기로운 향기로 좌욕을 했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리스어 ‘휴스테로스(husteros)]는 ’나중, 아래쪽‘을 의미하지만 그 여성형인 ’휴스테라(hustera)'는 특별히 “여자의 신체의 아랫 부분에” 한정되어 ‘자궁’을 의미한다. 자궁이 몸속을 돌아다녀 각종 부인병을 일으킨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던 당시에 ‘히스테리’는 여자들의 다양한 질환을 설명하는 편리한 용어였다. 현대 심리학의 아버지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우울증이나 병적인 슬픔은 히스테리의 한 형태”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성적 불만족이 자궁성 히스테리의 원인이라고 말하면서도, 여자들이 성욕을 나타내도 비정상으로 보았다 무도병(舞蹈病)은 자궁성 히스테리의 또 다른 이름이다. 글자 그대로 ‘춤에 미친 듯한 증상’이다. 

 

18세기까지 처녀와 부인, 과부들의 몸에는 여전히 히스테리가 자리잡고 있었다. 18세기부터 자궁이 골반에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히스테리의 발병원인은 이동을 시작했다. 19세기에 히스테리는 자궁에서 뇌로 옮겨졌다. 여성이 일으키는 모든 정신의 병적 행동-우울증, 발작, 밝힘증-은 자궁 때문이었다. 음핵 절제술과 난소절제술은 여자들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에 대한 치료법으로 권장되었다. 난소절제술(ovariectomy)은 1809년 처음으로 시행되었다. 그후 19세기 내내 산부인과 의사들은 여성의 몸에 대한 점점 더 극단적인 형태의 수술을 경쟁적으로 개발해내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여성을 길들이기 위한 난소절제술의 시행은 1946년 무렵까지도 정당하게 받아들여 졌다. 이후로도 불임 시술, 병원 분만, 자궁적출술, 낙태와 대리모 임신 같은 현안은 과거와 현재의 여성의 자궁이 정치적 현안으로 토양이 바뀌었다.

 

자궁 적출술은 가장 역사 깊은 수술 중 하나로, AD 100년 경에 그리스 의사 아르키게네스가 로마에서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매년 미국에서 적어도 560,000명의 여성들이 자궁 적출 수술을 받을 만큼 대중적인 수술이다. 이 수치는 유럽이나 다른 선진국보다 2~6배 더 높다. 암으로 인해 받기도 하지만, 대개는 양성 섬유종, 원일 모를 출혈, 자궁 내막증, 골반통, 자궁탈출 때문이었다. 폐경을 앞둔 40대 시기에는 이런 증상들이 유독 심하지만, 이 시기의 심한 하혈은 정상이다. 여러분의 자궁벽은 평생 동안 수백 번이나 부풀어졌다 얇아졌다 한다. 이와 함께 섬유종이 생겼다 사라진다. 원인은 잘 모르지만, 음식과도 연관이 있고, 호르몬과도 관련이 있다. 

 

초기에 필자는 자궁적출 반대주의자가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뀌었다. 많은 여성들은 자궁 적출술을 받은 뒤에 몸이 더 나아진 것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그들은 더 가볍고 더 자유롭다고 느꼈다. 나탈리 앤지어는 여성이 죄책감이나 위축감 없이 자궁 적출술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섬유종이 주는 통증과 출혈의 불안 속에 살아가는 여성에게 자궁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장기니 안고 살아가라고 권고할 수는 없다. 그럴 때는 우선 자궁경 근종 절제술을 권한다. 당신의 의사가 해보지 않았다면 해본 의사를 찾아가라고 한다. 자궁경을 통해 제거할 수 없는 섬유종이라면 배를 통해 자궁을 열어 섬유종을 잘라내고 다시 봉합하는 방식으로 제거할 수 있다. 절제술 후에도 섬유종은 재발한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질병 치료에는 환자의 선택보다는 의사의 강권이 더 크게 작용한다. 부인과 문제로 상담할 때 의사가 냉소적이라면 다른 의사를 찾아가라. 정말로 제대로 안 상태에서 선택을 하려면 정보가 있어야 한다. 성생활이 주는 오르가슴을 중요시 하는 여성이라면 자궁을 포기하기 전에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음핵이 여성의 쾌감에 크게 작용하지만, 마지막 절정을 가져오는 것은 자궁과 경부의 강한 수축에 있기 때문이다. 만사불여 튼튼이라 해도 자궁 적출술이 어떤 나비 효과를 줄 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설령 난소는 남겨 놓는다 해도 자궁을 잃은 난소는 프로스타글란딘의 공급원을 잃기에 고혈압이나 심장병의 위험은 상존한다. 

 

라나 톰슨, 백영미 역, 『자궁의 역사; The Wondering Womb』, 아침이슬, 2004

로버트 S 멘델존, 『여자들이 의사의 부당 의료에 속고 있다, Male practice : How doctor manipulate women』문예출판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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